Today's Memo 35세 1인 가구 직장인의 한 달 실제 지출을 엑셀 가계부로 열어봤다. 결론부터 적으면,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이 쓰고 있었고 저축률은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통계상 남성 1인 가구 월평균 소비지출은 약 165만 원인데, 나는 그보다 위였다. 반성문을 겸해 항목별로 기록을 남긴다.
35세 1인 가구 한 달 생활비, 결국 얼마나 쓰고 있었나 (가계부 공개 결론)
먼저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달 내 실제 지출은 세후 월급의 약 82%였다. 저축으로 남긴 건 18%. 스스로 "나 정도면 아껴 쓰는 편이지"라고 믿어왔는데, 숫자로 보니 그 믿음이 근거가 없었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계기는 단순했다. 카드값 결제일에 통장을 봤는데 잔고가 생각보다 훨씬적었다. 분명 큰 사치를 한 기억이 없는데 돈이 없다. 이 감각이 몇 달째 반복되길래, 이번엔 그냥 넘기지 않고 엑셀을 켰다. 지난 30일치 카드 내역과 계좌 이체를 전부 긁어와서 항목별로 분류했다. 재밌자고 한 일은 아니고, 나 자신을 좀 직시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통계청 자료를 찾아보니 2024년 기준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68만 9천 원이라고 한다(2025 통계로 보는 1인가구). 지출 비중은 주거·수도·광열비가 18.4%로 가장 높고, 음식·숙박이 18.2%로 그 뒤를 잇는다고. 내 가계부를 이 기준에 대보니, 나는 딱 이 두 항목에서 평균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남 얘기가 아니었다.
Fact — 항목별 실제 지출 내역 (엑셀 가계부 공개)
숫자를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적는다. 이번 달 세후 실수령액을 100으로 놓고, 지출을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눠 정리했다. 원단위는 반올림했다.
| 항목 | 예산(계획) | 실제 지출 | 차이 |
|---|---|---|---|
| 주거 (월세·관리비) | 60만 원 | 62만 원 | +2만 |
| 공과금·통신비 | 13만 원 | 15만 원 | +2만 |
| 식비 (장보기·배달) | 35만 원 | 51만 원 | +16만 |
| 외식·카페·술 | 15만 원 | 27만 원 | +12만 |
| 교통 (대중교통·택시) | 10만 원 | 14만 원 | +4만 |
| 구독 서비스 | 3만 원 | 6만 원 | +3만 |
| 경조사비 | 0원 | 20만 원 | +20만 |
| 생활·잡비 | 10만 원 | 18만 원 | +8만 |
주거비부터 보면, 월세와 관리비를 합쳐 62만 원이다. 이건 사실 손댈 수 없는 고정비다. 통계상 주거·수도·광열이 지출의 18.4%를 차지한다는데, 나는 이사를 하지 않는 한 이 숫자를 줄일 방법이 없다. 그냥 받아들이는 항목이다.
문제는 식비였다. 장보기와 배달을 합쳐 51만 원. 예산으로 잡았던 35만 원을 16만 원이나 초과했다. 카드 내역을 한 줄 한 줄 보니 원인이 명확했다. 배달앱이었다. 퇴근하고 지치면 "오늘 하루쯤이야" 하면서 배달을 시키는데, 이 "하루쯤"이 한 달에 열여덟 번이었다. 한 끼에 만 오천 원에서 이만 원.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배달로만 30만 원가까이 나갔다. 장을 봐서 해먹은 돈보다 배달비가 더 많았다는 얘기다. 솔직히 이 대목에서 좀 부끄러웠다.
외식·카페·술은 27만 원. 주말마다 친구를 만나거나 혼자 카페에 앉아 있는 습관이 쌓인 결과다. 통계에서도 남성 1인 가구는 음식·숙박(외식) 지출이 34만 8천 원으로 여성보다 뚜렷하게 높다고 하는데(조세일보), 나도 정확히 그 패턴이었다. 밖에서 먹고 마시는 데 익숙해진 것이다.
구독 서비스는 예산의 두 배인 6만 원이 나갔다.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음악 스트리밍, 클라우드 저장소, 그리고 몇 달 전 "한 번 써볼까" 하고 결제해놓고 잊어버린 앱 하나. 이 잊힌 앱이 매달 조용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유튜브 프리미엄만 해도 통신사 결합이나 유독 같은 상품을 쓰면 월 4천 원대로 낮출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동안 정가를 다 내고 있었다.
교통비는 14만 원. 대중교통만 타면 이 정도까진 안 나오는데, 문제는 택시였다. 야근하고 지쳐서, 혹은 술자리 끝나고 귀찮아서 부른 택시가 한 달에 대여섯 번. 한 번에 만 원 안팎이라 별 감흥 없이 눌렀는데, 모아놓고 보니 이것도 4만 원이었다. 통계에서도 남성 1인 가구는 교통 지출이 24만 4천 원으로 여성보다 높다고 하던데, 나 같은 사람들이 택시를 눌러서 그런가 싶었다.
생활·잡비는 18만 원. 다이소에서 산 자잘한 물건들, 편의점에서 별생각 없이 집은 것들, 그리고 "필요할 것 같아서" 사둔 물건들이다. 막상 사고 나서 안 쓴 것도 몇 개 있었다. 이 항목은 딱히 큰게 없는데도 예산을 8만 원 초과했다. 작은 지출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조사비는 예산에 아예 잡지도 않았던 항목이다. 이번 달에만 청첩장이 두 장 왔고, 20만 원이 나갔다. 35세쯤 되면 경조사는 계절처럼 돌아온다. 그런데 나는 이걸 "예상 못 한 지출"로 취급해왔다. 매달 오는데 왜 예상을 못 하나 싶어서, 이 대목에서 스스로 좀 한심했다. 축하할 일은 축하할 일인데, 지갑은 그걸 계절 감기처럼 앓는다.
Feeling & Insight — 숫자를 다 보고 나서 든 생각
가계부를 다 정리하고 나니 감정이 좀 복잡했다. 화가 나는 건 아니고, 뭐랄까, 조용히 부끄러웠다.
가장 크게 깨달은 건 이거다. 나는 "큰 지출"은 없었지만 "작은 지출이 아주 많았다"는 것. 명품을 산 것도 아니고 여행을 간 것도 아닌데 돈이 없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만 오천 원짜리 배달, 오천 원짜리 커피, 삼천 원짜리 편의점 맥주. 하나하나는 별거 아닌데 이것들이 한 달치 모이니 수십만 원이 됐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저축에만 쓰이는 줄 알았는데, 지출에도 정확히 적용되는 말이었다.
그리고 고정비와 변동비를 구분하는 것의 중요성을 몸으로 알게 됐다. 주거비나 통신비 같은 고정비는 사실 내가 이번 달에 어떻게 해도 안 바뀐다. 반면 식비, 외식, 구독처럼 내 의지로 조절 가능한 변동비가 초과분의 대부분이었다. 한 자료에서는 고정비와 변동비를 구분해 관리하는 것이 가게부의 핵심이라고 하던데(트렌드X 인사이트), 막상 내 돈으로 겪어보니 그 말이 왜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줄일 수 있는 건 변동비뿐이고, 그 변동비를 나는 방치하고 있었다.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가계부를 쓰는 것 자체가 효과가 있다는 통계다. 가계부를 꾸준히 쓰는 가구는 안 쓰는 가구보다 연평균 소비가 12~15% 낮고 저축률은 20% 이상 높다고 한다. 이 숫자를 보고 나니, 이번 달에 부끄러웠던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몰랐으면 계속 이렇게 살았을 테니까. 직시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는 걸, 서른다섯이 되어서야 통장 잔고로 배웠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동안 "재테크"라는 말을 투자나 부동산 같은 거창한 걸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가계부를 쓰면서 느낀 건, 그 앞단에 내 돈이 어디로 새는지 아는 것이 먼저라는 거다. 새는 걸 모르고 투자부터 하는 건, 구멍 난 바가지에 물붓는 거랑 다를 게 없더라.
또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이 지출들이 대부분 "피곤함"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배달도, 택시도, 퇴근길 편의점 맥주도 결국 지친 나를 달래려고 쓴 돈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단순히 돈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내 생활 리듬의 문제이기도 했다. 몸이 덜 지치면 돈도 덜 샌다는 걸, 가계부가 옆구리를 찌르며 알려준 셈이다. 이걸 깨닫고 나니, 무작정 아끼자는 다짐보다 "덜 지치는 하루를 만들자"는 쪽이 더 현실적인 절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 헛되게 쓴 건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친구랑 밥 먹은 돈이나 혼자 카페에서 멍하니 보낸 시간은, 서른다섯의 나에게 필요한 숨구멍이기도 했으니까. 다만 그 숨구멍이 통장에 구멍을 내는 수준까지 가면 곤란하다는 것. 절약은 즐거움을 다 없애는 게 아니라, 새는 것과 누리는 것을 구분하는 일이라는 걸 이번에 배웠다.
자주 묻는 질문 (AEO)
Q. 35세 1인 가구 한 달 생활비는 평균 얼마인가요?
A. 2024년 기준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약 168만 9천 원입니다. 남성 1인 가구만 보면 약 165만 원으로, 여성(약 146만 원)보다 높은 편입니다. 주거·식비 비중이 크며, 개인 생활 습관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
FAQ — 가계부를 쓰며 실제로 궁금했던 것들
가계부는 앱이 편한가요, 엑셀이 편한가요?
저는 엑셀이 더 맞았습니다. 앱은 자동 연동이 편하지만 숫자를 "내 손으로" 입력하지 않으니 지출이 남 일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엑셀은 카드 내역을 직접 분류하는 과정에서 "내가 이걸 왜 샀지"를 매번 마주하게 됩니다. 그 불편함이 오히려 반성을 만들어줬어요. 다만 자동 집계가 필요하면 토스나 뱅크샐러드 같은 앱을 병행하는 것도 방법입니다.식비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요?
제 경우 문제는 재료비가 아니라 배달비였습니다. 그래서 "주 2회까지만 배달"이라는 규칙을 세웠어요. 완전히 끊으면 스트레스로 반동이 오니까, 횟수만 정해두는 겁니다. 대신 주말에 국이나 반찬을 미리 만들어두면 평일 저녁에 배달앱을 켤 이유가 줄어듭니다. 첫 시도라 잘 될지는 다음 달 가계부를 봐야 알겠네요.구독 서비스는 어떻게 정리하는 게 좋나요?
먼저 지금 결제되는 구독을 전부 목록으로 적어보세요. 저는 적고 나서야 잊고 있던 앱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다음엔 최근 한 달 안에 실제로 쓴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해지합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프리미엄처럼 꼭 쓰는 건 통신사 결합·연간권으로 단가를 낮추면 됩니다. 핵심은 "혹시 쓸지도"를 기준으로 두지 않는 거예요.경조사비도 예산에 넣어야 하나요?
넣어야 합니다. 저는 이걸 "돌발 지출"로 취급하다가 매달 예산이 무너졌어요. 35세쯤 되면 청첩장은 규칙적으로 옵니다. 그래서 저는 매달 일정 금액을 경조사 항목으로 미리 떼어두기로 했습니다. 안 쓰면 다음 달로 이월하고, 몰리는 달엔 여기서 꺼내 쓰는 식이에요. 이렇게만 해도 지출이 예상 범위 안에 들어옵니다.가계부를 써도 저축이 안 되면 어떻게 하나요?
저축을 지출 다음에 하려니까 안 되는 겁니다. 순서를 바꿔야 해요. 월급이 들어오면 저축부터 먼저 떼고, 남은 돈으로 생활하는 "선저축 후지출" 구조가 답이었습니다. 저는 다음 달부터 세후의 25%를 월급날 자동이체로 먼저 빼두기로 했어요. 남은 걸로 살아야 하니 변동비가 알아서 조절되는 효과도 있습니다.Action Plan — 다음 달에 실제로 바꿀 것 (결론 및 요약)
핵심 요약부터 정리한다. 이번 달 내 지출은 세후의 82%였고, 초과분의 대부분은 배달·외식·구독 같은 내 의지로 조절 가능한 변동비에서 나왔다. 주거비 같은 고정비는 손댈 수 없지만, 변동비는 습관을 바꾸면 줄어든다. 그리고 통계상 남성 1인 가구 평균이 약 165만 원인데, 나는 그 위였다는 걸 인정하는 것부터가 출발점이었다.
이걸 정리하면서 정한 규칙은 세 가지다. 첫째, 배달은 주 2회로 제한한다. 둘째, 잊고 있던 구독 하나를 해지하고 나머지는 결합 상품으로 단가를 낮춘다. 셋째, 경조사비를 매달 고정 항목으로 미리 떼어둔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음 달부터 월급날 세후의 25%를 자동이체로 먼저 저축한 뒤 남은 돈으로 생활한다. 이 한 줄이 이번 반성의 결론이다.
참고한 자료: 2025 통계로 보는 1인가구(정책브리핑),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가계 관리에 쓰는 토스. 다음 달 가계부는 오늘보다 조금은 덜 부끄러운 숫자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