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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35세 1인 가구 엑셀 가계부 공개 — 한 달 생활비 현실 분석과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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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1인 가구 한 달 생활비, 엑셀 가계부로 까보니 남는 게 없었다

오늘의 한 줄 요약(Today's Memo) 실수령 340만 원. 한 달을 통째로 엑셀에 적어보니 저축 100만 원을 빼고도 매달 15만 원씩 통장에서 조용히 새고 있었다. 범인은 큰 지출이 아니라 배달·편의점·카페 같은 3만 원 이하의 작은 결제들이었다. 가계부는 절약 도구라기보다 나를 직시하는 거울에 가까웠다.

왜 갑자기 엑셀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나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그냥 어느 금요일 밤에 카드값 명세서를 보다가, 이번 달에 내가 뭘 샀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는 사실이 좀 불편했다. 340만 원쯤 들어와서 340만 원쯤 나가는데, 그 340만 원의 행방을 내가 설명하지 못한다는 게 이상하게 찜찜했다.

가계부 앱은 예전에도 몇 번 깔아봤다. 뱅크샐러드, 토스, 브로콜리. 자동으로 카드 내역을 긁어와서 분류해주는 건 편했는데, 편한 만큼 안 보게 됐다. 알림만 쌓이고 앱은 안 열었다. 자동화가 오히려 나를 무감각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엔 손이 좀 가는 방식으로 했다.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하나 열고, 날짜 / 항목 / 분류 / 금액 / 결제수단, 이렇게 다섯 칸을 만들었다. 하루가 끝나면 그날 쓴 돈을 직접 옮겨 적었다. 영수증을 뒤지고, 카드 앱을 열어서 숫자를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타이핑하는 그 번거로움이 핵심이었다. 돈을 쓸 때는 안 아픈데, 적을 때는 아프더라.

한 달을 꽉 채워서 적었다. 7월 1일부터 31일까지. 중간에 이틀 빼먹어서 몰아 적은 날도 있지만, 어쨌든 31일 치를 다 옮겼다. 그리고 월말에 SUM 함수로 분류별 합계를 냈다. 그 숫자를 처음 봤을 때의 기분은, 뭐랄까,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든 느낌이었다. 정상 범위일 거라고 막연히 믿었던 수치가 빨간 글씨로 찍혀 있을 때의 그 서늘함 말이다.

분류를 어떻게 나눌지도 은근히 고민이었다. 처음엔 항목을 스무 개 넘게 잘게 쪼갰다가, 너무 세분화하니 오히려 관리가 안 됐다. 그래서 열세 개 정도로 합쳤다. 이 정도가 한눈에 들어오면서도 어디서 새는지 보이는 적정선이었다.

35세 1인 가구 한 달 생활비, 실제 숫자는 이랬다

먼저 결론부터. 7월 한 달 총지출은 저축·투자를 포함해서 355만 원이었다. 실수령이 340만 원이니까, 15만 원 적자다. 부족분은 비상금 통장에서 메꿨다. 저축을 100만 원이나 했으니 적자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도 있는데, 문제는 내가 저축 100만 원을 뺀 나머지 생활비를 240만 원 안에서 굴린다고 믿고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 생활비는 255만 원이었다. 매달 15만 원씩, 나도 모르게 초과하고 있었다.

분류별로 정리하면 이렇다.

분류금액비고
저축·투자 (연금저축·미국ETF)100만 원자동이체, 손 안 댐
주거 (월세·관리비)65만 원보증금 1000 / 월세 55 + 관리비
식비 (장보기·외식·배달)71만 원이 중 배달만 26만 원
술·유흥16만 원혼술 + 회식 참석분
카페·편의점13만 원대부분 3천 원 이하 결제
경조사비20만 원청첩장 2건
쇼핑·의류15만 원여름 티셔츠, 러닝화
공과금 (전기·가스·수도)9만 원에어컨 튼 달이라 높음
교통10만 원대중교통 + 택시 3번
생활용품·다이소8만 원소모품, 주방용품
의료·영양제6만 원홍삼·오메가3 정기구매
구독서비스4만 원넷플릭스·유튜브·멜론·챗봇
통신비3만 5천 원알뜰폰

합이 얼추 355만 원. 여기서 내가 오래 들여다본 건 식비와 카페·편의점, 그리고 술이었다. 세 개를 합치면 딱 100만 원이다. 저축액이랑 똑같다. 내가 미래를 위해 넣는 돈만큼을, 나는 입으로 넣고 있었던 셈이다.

통장에서 돈이 새는 진짜 구멍은 어디였나

큰돈은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월세 65만 원, 저축 100만 원은 그냥 나가는 돈이라고 이미 각오하고 있으니까. 아팠던 건 작은 돈이었다.

배달비가 대표적이었다. 7월에 배달만 26만 원을 썼다. 횟수로 세어보니 14번. 이틀에 한 번꼴로 시켜 먹었다. 한 번 시킬 때 음식값 1만 5천 원에 배달팁 3천 원, 최소주문 맞추려고 뭐 하나 더 담으면 2만 원이 넘었다. 딱히 맛있어서 시킨 것도 아니었다. 그냥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손가락 몇 번 움직여서 해결한 거다. 편해서 쓴 돈이었다.

편의점도 비슷했다. 13만 원 중에 대부분이 3천 원 이하 결제였다. 출근길 커피, 점심 후 아이스아메리카노, 퇴근길 맥주 한 캔, 야식 젤리. 하나하나는 우습다. 그런데 이게 한 달 모이니까 카페·편의점만 13만 원이다. 이걸 보면서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절약 표어가 아니라 지출 경고문이었구나 싶었다.

반대로 내가 아낀다고 생각했던 항목들은 별 영향이 없었다. 통신비 3만 5천 원, 알뜰폰으로 바꿔서 아꼈다고 뿌듯해했는데, 배달 두 번이면 사라지는 돈이다. 구독서비스 정리한다고 왓챠 끊은 것도 마찬가지였다. 월 몇천 원 아끼자고 신경 쓰는 동안, 배달·편의점·술로 매달 100만 원이 나가고 있었다. 절약의 방향이 완전히 틀려 있었던 거다.

한 가지 더 눈에 띈 건 요일별 패턴이었다. 엑셀에 날짜를 적으니 자연스럽게 요일별로 지출이 보였는데, 화요일과 수요일은 하루에 만 원도 안 썼다. 회사-집만 반복하는 날이라 돈 쓸 일이 없었던 거다. 문제는 목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였다. 주말 사흘 동안 쓴 돈이 평일 나흘보다 많았다. 주중에 억눌렀던 소비 욕구가 주말에 한꺼번에 터지는 구조였다. 금요일 혼술, 토요일 친구 만나서 밥·커피, 일요일 배달과 장보기. 이걸 보고 나서는 '주말에 약속 없는 날' 하나를 일부러 만들기로 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있는 날이 소비 다이어트에는 제일 효과적이었다.

의외의 지출도 있었다. 나는 내가 커피를 그렇게 자주 마시는 사람인 줄 몰랐다. 하루에 두 잔, 어떤 날은 세 잔. 카페 결제만 따로 세어보니 7월에 4만 원이 넘었다. 카페인 없이는 회사 생활이 안 된다고 스스로 합리화했는데, 숫자로 보니 이건 커피값이 아니라 스트레스 지수에 가까웠다. 바쁘고 힘든 주일수록 커피 지출이 늘어 있었다. 가계부가 소비 기록을 넘어서 그 주의 내 컨디션까지 기록하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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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를 다 적고 나서 든 생각

한 달을 적고 나니 죄책감이 먼저 왔다. 이걸 다 참았으면 매달 40~50만 원은 더 모았을 텐데, 하는 계산이 자동으로 돌아갔다. 배달 대신 밥을 해 먹고, 편의점 커피 대신 회사 탕비실 믹스커피를 마시고, 혼술을 줄였으면. 1년이면 500만 원이 넘는 돈이다.

그런데 며칠 지나니까 생각이 좀 달라졌다. 그 지출들이 전부 낭비였냐고 스스로한테 물어보니, 꼭 그렇지도 않더라. 퇴근하고 시킨 배달은 '오늘 하루 나를 위한 최소한의 게으름'이었고, 금요일 밤 편의점 맥주 네 캔은 일주일을 버틴 나에 대한 작은 보상이었다. 그걸 전부 죄악시하면 사는 게 너무 팍팍해진다.

가계부의 진짜 효용은 '아껴라'가 아니라 '알고 써라'에 있었다. 내가 배달에 26만 원을 쓰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쓰는 것과, 모르고 흘려보내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알고 나면 선택이 생긴다. 26만 원을 20만 원으로 줄이든, 아니면 '나는 이 돈은 쓰겠다'고 당당하게 인정하든, 어쨌든 내 손으로 결정하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새던 돈이 의식적인 소비로 바뀌는 것, 그게 한 달 가계부가 나한테 준 유일하고 확실한 변화였다.

한 가지 더. 숫자는 감정을 이긴다. '나 요즘 돈 좀 많이 쓰는 것 같은데'라는 막연한 불안은 사람을 우울하게만 만든다. 반면 '7월 배달비 26만 원'이라는 숫자는 명확해서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문제가 정의되면 대책이 나오니까. 두루뭉술한 불안보다 구체적인 반성이 낫다는 걸, 엑셀 칸을 채우면서 배웠다.

그리고 소비를 남과 비교하지 않게 됐다. 예전엔 SNS에서 또래가 해외여행 가고 좋은 차 사는 걸 보면 상대적으로 초라해졌는데, 내 가계부를 마주하고 나니 그런 비교가 부질없어졌다. 내 소득은 340만 원이고, 내 월세는 65만 원이고, 내가 감당 가능한 소비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 남이 뭘 사든 그건 남의 엑셀이고, 나는 내 엑셀 안에서 최선을 찾으면 된다. 숫자를 직시하는 일은 생각보다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부러움이 줄고, 대신 내 살림에 대한 통제감이 조금 생겼다.

물론 한 달 적었다고 사람이 바뀌진 않는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책상 위엔 편의점에서 사 온 커피가 놓여 있다. 다만 이 커피가 이번 달 몇 번째 커피인지 이제는 대충 안다. 그 자각 하나가 생겼다는 것, 그게 한 달의 성과라면 성과다.

1인 가구 한 달 생활비, 얼마가 적당한 걸까

이 질문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역, 소득, 주거 형태에 따라 다 다르니까. 다만 내 경우를 기준으로 말하면, 저축 100만 원을 제외한 생활비 240만 원은 서울 1인 가구에게 빠듯하지도 넉넉하지도 않은 선이었다. 월세가 소득의 20%를 넘어가는 순간부터 나머지가 촘촘해진다는 것도 이번에 체감했다.

굳이 기준을 세운다면, 나는 '저축을 먼저 떼고 남은 돈으로 사는' 구조가 맞다고 결론 내렸다. 쓰고 남은 걸 저축하려니까 남는 게 없었던 거다. 100만 원을 월급날 자동이체로 먼저 빼놓으니, 남은 240만 원 안에서 어떻게든 굴러가긴 했다. 15만 원 초과가 나긴 했지만, 그 초과분이 어디서 나왔는지 이제는 안다. 그거면 시작으로는 충분하다고 본다.

흔히 '한 달 생활비 100만 원으로 산다' 같은 콘텐츠를 보면 위축되기 쉬운데, 그건 대개 주거비가 해결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월세나 대출이자를 빼고 나면 순수 생활비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나처럼 서울에서 월세 65만 원을 내는 1인 가구라면, 저축을 뺀 생활비가 월 150만 원 안팎으로 잡히는 게 현실적인 선이라고 본다. 나는 이번 달에 그 선을 배달과 술로 넘겼을 뿐이다. 남의 평균에 나를 끼워 맞추기보다, 내 고정비를 먼저 계산하고 거기서 역산하는 게 훨씬 정확했다. 결국 가계부의 기준선은 인터넷이 아니라 내 엑셀 안에 있었다.

다음 달엔 뭘 바꿀 것인가

두 달, 세 달 적어봐야 진짜 내 소비 패턴이 보일 거다. 한 달치 숫자로 인생을 뜯어고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번에 명확해진 구멍 하나는 막아보려 한다. 배달이다. 26만 원을 0으로 만들 자신은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대신 '주 2회'라는 상한선을 정했다. 그 이상은 냉장고에 있는 걸로 해결한다. 그것만 지켜도 월 10만 원은 남을 거다.

가계부는 이번 달에도 계속 쓴다. 앱 말고 엑셀로, 손으로 옮겨 적는 방식 그대로. 불편해서 계속 볼 것 같다.

Action Plan. 오늘 월급날 자동이체로 저축 100만 원을 먼저 빼두고, 배달 앱 위젯을 홈 화면에서 지워 '주 2회' 상한을 물리적으로 만든다.

자주 묻는 질문

가계부 앱이 편한데 왜 굳이 엑셀로 쓰나요? 자동 분류 앱은 편한 만큼 안 보게 되더라고요. 저는 손으로 직접 옮겨 적는 번거로움이 오히려 소비를 자각하게 만든다는 걸 이번에 느꼈어요. 카드 내역을 눈으로 확인하고 타이핑하는 그 몇 초 동안 '내가 이걸 왜 샀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편의성이 목적이 아니라 자각이 목적이라면 엑셀이나 손가계부를 추천해요.
저축을 100만 원이나 하는데도 적자라니, 무리한 저축 아닌가요? 그렇게 볼 수도 있어요. 다만 저는 저축을 줄이는 대신 생활비 초과분 15만 원의 출처를 막는 쪽을 택했어요. 초과의 원인이 꼭 필요한 지출이 아니라 배달·편의점 같은 무의식적 소비였기 때문이에요. 저축액 자체가 부담이라면 조정하는 게 맞지만, 저는 아직은 이 강제 저축 구조가 저한테 맞는다고 봤습니다.
배달비를 완전히 끊는 게 정답 아닌가요?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배달을 0으로 만드는 대신 '주 2회' 상한선을 정했어요. 모든 소비를 죄악시하면 절약이 오래 못 가더라고요. 완전히 끊기보다 상한을 정하고 그 안에서 당당하게 쓰는 게, 저처럼 의지가 약한 사람한테는 더 오래갑니다.
가계부를 써서 실제로 돈이 모이던가요? 한 달 만에 돈이 모이진 않았어요. 대신 돈이 어디로 새는지가 명확해졌습니다. 가계부의 효용은 '아껴라'가 아니라 '알고 써라'에 있다는 게 제 결론이에요. 새던 돈이 의식적인 소비로 바뀌는 것만으로도, 다음 달 선택이 달라집니다. 돈은 그다음에 모이는 것 같아요.

이 글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그냥 35세 직장인 한 명이 자기 통장을 한 달간 들여다본 기록일 뿐이다. 숫자는 각자 다르겠지만, 한 번쯤 자기 돈의 행방을 직접 적어보길 권한다. 생각보다 불편하고, 생각보다 정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