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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오래된 취미의 재발견 — 먼지 쌓인 플레이스테이션을 다시 켠 35세 직장인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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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오래된 취미의 재발견 — 먼지 쌓인 플레이스테이션을 다시 켠 35세 직장인의 기록

오늘의 한 줄 요약(Today's Memo) TV장 아래에서 3년 가까이 잠들어 있던 PS4 슬림을 다시 켰습니다. 화면이 들어온 순간 별 감흥은 없었지만, 한 시간쯤 지나서야 손가락이 옛 기억을 더듬어 가더라고요.

Fact — 어떻게 다시 켜게 됐나

지난 주말, 거실 청소를 하다가 TV장 가장 아래 칸에서 검은색 상자 하나를 발견했어요. PS4 슬림. 2018년 즈음 분할로 산 기억이 어렴풋이 났습니다. 위에는 먼지가 손가락 한 마디만큼 쌓여 있었고, 전원선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그냥 당근에 올릴까 했어요. 30대 중반에 갑자기 게임 욕구가 솟을 리도 없고, 거실은 작고, 시간은 부족하니까요. 그런데 본체를 한번들어 본 순간, 의외로 가벼웠습니다. 무게 자체가 가벼웠다기보다는, 마지막으로 켰을 때 끝까지 클리어하지 못하고 덮어 둔 게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거든요. 그래서 일단 한번 켜 보기로 했습니다.

전원선과 비밀번호의 미스터리

전원선은 결국 책상 서랍 맨 아래, 옛 외장하드 옆에서 나왔어요.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HDMI 케이블은 TV 뒤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발견됐고, 듀얼쇼크4 컨트롤러는 충전이 0%였습니다. C타입이 아니라 마이크로 5핀이라는 사실이 새삼 옛날 기기라는 걸 알려주더라고요.

가장 큰 장애물은 PSN 계정 비밀번호였습니다. 분명히 무언가 기억할 만한 문자열로 정해놨던 것 같은데, 머릿속이 백지였어요. 결국 이메일 인증으로 재설정했고, 2단계 인증 코드는 옛날 휴대폰 번호로 보내져서 한참을 헤맸습니다. 30분쯤 걸렸을 거예요. 콘솔을 켜기 위해 30분을 쓰는 건 처음 해 보는 일이었습니다.

시스템 업데이트라는 관문

화면이 들어오자마자 시스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떴습니다. 11.5GB. 우리 집 인터넷이 빠른 편이긴 한데, 그동안 밀린 패치는 정직하게 쌓여 있더라고요. 다운로드와 설치까지 합쳐서 약 40분. 그 시간 동안 저는 그냥 거실에 앉아 휴대폰을 봤습니다.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익순한 메인 메뉴 음악이 흘러나왔어요.

업데이트 진행률 바를 보면서, 옛날 생각이 좀 났습니다. 디아블로2 시절에는 1.10 패치 받는 데 12시간이 걸렸어도 안 자고 기다렸거든요. 지금은 40분 기다리는 동안 다른 일을 못 한다는 사실에 한숨이 나오더라고요. 인내심이 줄어든 건지, 시간을 다르게 셈하게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또 하나 놀랐던 건, PS4 슬림 본체 팬 소리였어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같은 무거운 게임을 돌릴 때 팬이 비행기 이륙하듯 돈다고 욕을 먹던 모델인데, 시스템 업데이트만 해도 소리가 좀 거셉니다. 거실 TV 옆에 두니 더 잘 들리더라고요. 옛날엔 헤드폰을 끼면 안 들렸는데, 지금은 헤드폰 자체를 안 쓰니까 그 소리가 거슬렸어요. 결국 본체를 TV장 위로 올려서 통풍을 좀 신경 썼습니다.

처음 한 시간 — 어떤 게임을 골랐고 왜

업데이트 후 라이브러리를 열어 봤습니다. 갓 오브 워(2018), 호라이즌 제로 던, 라스트 오브 어스 리마스터드, 언차티드 4, 데이즈 곤. 옛날의 제가 사 둔 게임들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는 중반에 멈춰 있었고, 갓 오브 워는 시작도 안 한 상태였어요.

고민을 좀 했습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를 이어서 할까, 아니면 새로 시작할까. 결론적으로는 갓 오브 워(2018)를 골랐어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챕터가 짧게 끊어진다는 글을 어디서 본 기억이 있었고, 한 번에 길게 못 하는 지금의 저에게 맞을 것 같았거든요.

컨트롤러 익숙해지는 데 걸린 시간

세이브 데이터를 불러오는 대신 새로 시작 버튼을 눌렀습니다. 오프닝이 끝나고 첫 전투 튜토리얼이 시작됐을 때, 손이 정말 어색했어요. R1이 약공격이었는지 강공격이었는지 헷갈렸고, L1이 방패라는 사실을 1분쯤 잊고 그냥 맞았습니다. 어렸을 때는 안 보고도 누르던 버튼인데, 이게 안 되더라고요.

대략 30~40분쯤 지나니까 손가락이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히는,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손이 먼저 움직이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옛 기억이 손가락에 남아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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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한 시간의 결과

객관적으로 말하면, 그날 저는 갓 오브 워의 첫 보스(불사신 발드르)전 직전에 게임을 껐습니다. 시간으로는 정확히 1시간 12분. 어깨가 뻐근했고, 눈도 좀 피로했어요. 옛날엔 5시간을 연속으로 해도 멀쩡했는데, 한 시간 만에 몸이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어요. 오랜만에 시간이 빨리 갔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30대가 다시 게임하기 어려운 이유

이건 솔직하게 짚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콘솔을 다시 켰지만, 매일 켤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니까요. 며칠 동안 생각해 보니 이유가 몇 가지 있더라고요.

1. 시간이 정말 부족합니다

평일 퇴근은 보통 8시. 저녁 챙겨 먹고 씻고 나면 9시반. 그 시점에서 운동, 영양제, 다음 날 출근 준비, 부족한 잠을 다 챙기면 게임에 쓸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한 시간입니다. 한 시간으로 갓 오브 워 같은 게임을 진행하기는 빠듯해요. 챕터 하나 끝내려다가 잠 시간이 줄어드는 식입니다.

2. 체력이 옛날 같지 않습니다

스물대여섯 때는 새벽 3시까지 디아블로3 시즌 1위 그라인딩을 했어요. 다음 날 9시 출근도 멀쩡히 했고요. 지금은 11시만 넘어가도 눈이 감기고, 컨트롤러를 쥔 손목이 30분쯤 지나면 약하게 아립니다. 도수치료 받은 적 있는 거북목이 게임할 땐 더 도드라지더라고요.

3. 취향이 미묘하게 바뀌었습니다

옛날에는 PvP 멀티플레이를 좋아했어요.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카운터 스트라이크. 누가 누가 잘하나 겨루는 게 재밌었거든요. 지금은 그게 부담스럽습니다. 일하면서 종일 사람들 사이에서 시달리다 보니, 퇴근하고까지 모르는 사람한테 욕먹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싱글 게임 위주로 라이브러리가 좁혀집니다.

4. 세이브 부담과 진도 압박

이게 의외로 큽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가 중반에 멈춰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이에요. 이어서 하려면 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다시 떠올려야 하고, 캐릭터 컨트롤도 다시 익혀야 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새 게임을 시작하는 게 마음 편한 경우도 많아요. 회사 일이랑 비슷한 면이 있어서, 게임에서까지 "진도"를 빼야 한다고 느끼면 켜기가 싫어집니다.

그래도 다시 켜길 잘했다고 느낀 순간

그렇게 단점만 적어 놓으면 결론은 "당근에 팔아라"여야 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일주일째 매일 30분씩이라도 켜고 있습니다.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화요일 밤, 10시 47분

평범한 화요일이었어요. 회사에서 별 일은 없었는데, 그냥 머릿속이 좀 복잡했습니다. 부서 이동 얘기가 살짝 흘러나왔고, 그게 좋은 신호인지 나쁜 신호인지 판단이 안 됐거든요. 평소 같으면 맥주 한 캔 따고 유튜브를 봤을 거예요. 슈카월드 한 편 보고 자는 게 루틴이었으니까요.

그날은 그냥 PS4를 켰습니다. 갓 오브 워를 이어서, 산을 오르는 구간이었어요. 크라토스가 아들 아트레우스랑 짧은 대화를 나누면서 산을 오르는 장면이었는데, 별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아버지와 아들이 어색하게 말을 건네는 장면. 그런데 그 30분 동안, 회사 생각이 한 번도 안 났어요. 회사 생각만 안 난 게 아니라, 부서 이동도 미래 걱정도 다음 날 아침 회의도 안 났습니다.

그게 의외로 컸어요. 유튜브를 볼 때는 알고리즘이 다음 영상을 추천하고, 그러다 보면 부동산 영상 보다가 또 다른 걱정이 시작되거든요. 게임은 화면 안에 가둬 두는 힘이 있더라고요. 손이 바쁘니까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습니다.

10시 47분에 게임을 껐고, 그날은 평소보다 잠이 잘왔어요. 그게 다시 켜길 잘했다고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옛날 나와 지금 나의 접점

또 하나, 묘하게 좋았던 건 25~28세의 저와 지금의 저 사이에 작은 다리가 놓이는 느낌이었어요. 그때의 저는 자취방에서 라면끓여 먹으며 갓 오브 워3를 클리어했었거든요. 지금의 저는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컨트롤러를 쥐는 자세는 똑같더라고요. 별 거 아닌데, 별 거 아닌 게 의외로 위로가 됩니다.

생각해 보면 그때의 저는 다음 달 카드값 걱정을 하면서도 게임 디스크는 발매일에 사던 사람이었어요. 지금은 카드값 걱정은 줄었지만, 게임 디스크를 사는 일이 사라졌습니다. 사라진 게 잘못된 건 아닌데, 어딘가 빈 자리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자리에 옛 콘솔이 다시 들어오는 감각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무리해서 새 콘솔을 살 필요도 없었고, 가지고 있던 걸 그냥 켰을 뿐인데 말이에요.

1주일째 진행 상황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갓 오브 워는 약 6시간 진행했습니다. 전체의 1/4쯤 됐을 거예요. 하루 평균 50분, 어떤 날은 10분, 어떤 날은 90분. 평일 주중 평균이 그렇고, 주말에는 한 번에 두 시간을 한 날도 있었습니다. 두 시간을 했더니 다음 날 손목이 좀 아파서, 다시 한 시간 안쪽으로 줄였어요. 무리하지 않는 게 30대 취미의 핵심이라는 걸 게임에서도 배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비슷한 30대를 위한 정리

만약 저처럼 옷장이나 TV장 아래에 잠든 콘솔이 있는 분이라면, 일단 한 번만 켜 보시길 권합니다. 안 맞으면 다시 덮어 두면 되고, 맞으면 그날의 화요일 밤 같은 시간을 한 번씩 가질 수 있으니까요.

30대에 다시 시작하기 좋은 PS 싱글 게임 비교

게임평균 클리어 시간챕터 끊김난이도 부담추천 포인트
갓 오브 워(2018)약 25~30시간좋음중간부자 서사, 전투 호흡 짧음
호라이즌 제로 던약 30~40시간보통중간사냥 자체가 재미, 오픈월드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약 15~17시간좋음중간짧고 굵은 스토리, 입문용
언차티드 4약 15~18시간매우 좋음낮음영화 같은 진행, 부담 적음
데이즈 곤약 30~40시간보통중간오픈월드 좀비, 호불호 갈림

이 중에서 직장인 입문용으로는 언차티드 4나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을 권합니다. 둘 다 영화 한 편 길이의 챕터로 끊어지고, 클리어 시간도 부담스럽지 않아요. 30시간을 넘어가는 게임은 평일에만 하면 한 달이 넘게 걸리는데, 그 사이에 흥미가 식기 쉽거든요.

자주 묻는 질문

PS4 슬림으로 2026년에도 게임 하기에 충분한가요?

PS4 슬림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싱글 게임이 많습니다. 갓 오브 워(2018),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2, 호라이즌 제로 던, 언차티드 4 등 대부분의 명작 싱글 게임은 PS4로도 잘 돌아갑니다. 다만 2024년 이후 발매된 PS5 독점 신작(예: 스파이더맨2,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의 일부 모드)은 못 합니다. 신작에 큰 욕심이 없으시면 PS4로 시작하셔도 무방해요.

PS5 가격이 또 올랐다는데 지금 사야 할까요?

PS5는 2026년 5월 1일부로 디스크 에디션 94만 8천 원, 디지털 에디션 85만 8천 원, PS5 프로 129만 8천 원으로 인상됐습니다. 솔직히 지금 새로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에요. 입문용이라면 중고 PS4 슬림(20~30만 원대)이나 PS5 디지털 에디션 중고를 알아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신품을 굳이 살 필요는 없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PlayStation Plus 구독은 꼭 해야 하나요?

싱글 게임만 한다면 PS Plus 구독은 필수는 아닙니다. 멀티플레이를 안 하면 에센셜은 사실상 의미가 없고, 스페셜(엑스트라)은 12개월 145,800원으로 게임 카탈로그가 매력적이지만 직장인이 한 달에 한두 개도 못 끝낼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일단 구독 없이 가지고 있는 게임부터 클리어해 보고, 다 끝나면 그때 1개월권으로 체험하기로 했어요.

콘솔과 PC, 30대 직장인에게 뭐가 더 나을까요?

플러그 앤 플레이가 중요한 직장인에게는 콘솔이 더 적합합니다. PC는 자유도와 게임 라이브러리가 압도적이지만, 그래픽 옵션 만지고 드라이버 업데이트하고 호환성 문제 해결하는 데 시간이 들어요. 콘솔은 전원만 켜면 됩니다. 다만 평소에 영상 편집이나 개발 같은 다른 용도로 PC가 이미 필요하다면, 굳이 콘솔을 추가로 살 이유는 없습니다.

예전에 사 둔 게임 세이브 데이터는 어떻게 되나요?

PS Plus 구독자라면 클라우드에 자동 저장된 세이브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독을 안 했더라도 본체 자체에 세이브가 남아 있으니, 켜자마자 라이브러리에서 확인해 보세요. 저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세이브가 그대로 있어서 놀랐습니다. 다만 PS4 본체에서 PS5로 옮기려면 클라우드 동기화나 USB 백업이 필요해요.

결론 및 Action Plan

먼지 쌓인 콘솔을 다시 켜는 일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또 생각보다 의외의 위로가 됩니다. 거창한 취미의 부활이라기보다는, 하루 30분쯤 회사 생각을 꺼 두는 스위치 같은 거였어요. 30대 중반의 직장인이 거실에서 컨트롤러를 쥐는 일에는 그 정도면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핵심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옛 콘솔이 있다면 새로 사기 전에 먼저 켜 본다. 둘째, 챕터가 짧게 끊어지는 싱글 게임으로 시작한다. 셋째, 진도 압박을 버리고 그날 30분에 만족한다. 넷째, PS Plus 같은 구독은 가지고 있는 게임을 다 한 후에 결정한다.

Action Plan

오늘 밤 퇴근 후, 갓 오브 워의 다음 챕터 하나만 클리어하고 11시 전에 잘 것.

공식 사이트: PlayStation 한국 공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