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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8년치 연봉 인상률을 엑셀에 정리했다 — 고과 면담 후 물가 빼고 계산한 협상 준비 기록

빅메모·

Today's Memo

9월 고과 면담이 끝났다. 올해 평가는 B다. 통보를 듣고 나온 뒤 8년치 연봉을 엑셀에 옮겨 적었다. 명목으로는 49.4% 올랐고 물가를 빼면 24.2%였다. 연평균 실질 3.2%다. 더 불편한 숫자는 그 옆에 있었다. 8년 동안 내가 연봉을 협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연봉 협상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과거 인상률을 물가와 나란히 놓고 보는 것이다. 시장 평균을 찾는 것보다 이게 먼저다.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모르면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도 정할 수 없다.

35세, 직장 8년 차, 지난달 과장 2년째가 됐다. 이번에 처음으로 협상을 준비해보기로 했고 그 준비의 첫 단계가 기록 정리였다. 숫자는 전부 실제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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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 — 8년치 연봉 인상률과 시장 데이터

기록을 모은 방법

특별한 방법은 없다. 근로계약서와 연봉 통지서를 전부 찾았다. 메일 보관함에서 "연봉"으로 검색하니 7건이 나왔고 종이로 받은 2건은 서류함에 있었다. 한 시간쯤 걸렸다.

원천징수영수증도 같이 뽑았다. 국세청 홈택스에서 지난 5년분은 바로 받을수 있다. 계약 연봉과 실제 지급액이 다른 해가 두 번 있었는데 그 차이가 성과급이었다.

이 대목에서 하나 배웠다. 나는 그동안 연봉을 계약서 숫자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실제로 통장에 들어온 총액은 2023년과 2025년에 계약 연봉보다 각각 190만 원, 40만 원 많았다. 성과급이 붙은 해와 거의 안 붙은 해가 갈렸던 것이다. 협상에서 회사가 "총 보상은 올랐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그러니 계약 연봉과 총지급액을 따로 적어두는 편이 안전하다.

8년치 계약 연봉

연도계약 연봉인상률비고
20193,200만 원—입사
20203,400만 원6.3%
20213,560만 원4.7%
20223,700만 원3.9%
20234,100만 원10.8%대리 승진
20244,280만 원4.4%
20254,390만 원2.6%
20264,780만 원8.9%과장 승진

8년 동안 명목 연봉은 3,200만 원에서 4,780만 원이 됐다. 누적 49.4%, 연평균 5.9%다. 표만 보면 나쁘지 않아 보인다.

물가를 빼고 다시 계산했다

문제는 다음 계산이었다. 통계청 연도별 소비자물가 등락률을 가져와서 같은 기간 누적 물가를 곱해봤다. 2020년부터 2026년까지 누적 물가 상승분은 약 20.3%였다.

명목 49.4%에서 물가 20.3%를 걷어내면 실질 인상은 24.2%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3.2%다. 8년 동안 실질 구매력이 24% 늘었다는 뜻이고 이건 나쁘지 않은 숫자다.

그런데 표를 한 번 더 쪼개보니 다른 그림이 나왔다. 승진이 있었던 2023년과 2026년을 빼면 나머지 5년의 평균 인상률은 4.4%다. 같은 기간 연평균 물가는 2.7%였다. 승진이 없는 해에 내 실질 인상률은 1.7%p였다.

정리하면 이렇다. 8년간의 실질 인상 24%는 거의 전부 두 번의 승진에서 나왔다. 평시의 연봉 협상은 물가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었다.

2026년 시장 데이터와 비교했다

내 4.4%가 낮은 건지 확인해봤다. 인크루트가 직장인 1,305명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2026년 연봉이 오른 사람의 평균 인상률은 7.5%였다. 지난해 5.4%보다 2.1%p 높다.

숫자만 보면 내가 한참 밀린다. 다만 같은 조사의 다른 항목을 보면 해석이 달라진다.

  • 연봉이 오른 응답자는 61.4%다. 전년보다 5.3%p 줄었다
  • 동결은 36.2%로 3년 내 가장 높았다. 삭감은 2.4%다
  • 기업 규모별 인상 비율은 공기업·공공기관 77.0%, 대기업 67.1%, 중견기업 64.2%, 중소기업 55.2% 순이다
  • 직무별로는 개발 직군이 14.9%로 독보적이고 영업·연구·마케팅은 5~8%대다

그러니까 평균 7.5%는 오른 사람들만 모아서 낸 숫자다. 동결된 36.2%는 저 평균에 들어가지 않는다. 인상 비율은 줄고 인상률은 올랐다는 건 오르는 사람과 안 오르는 사람이 갈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내 직군은 개발이 아니다. 5~8%대 구간에서 보면 4.4%는 낮은 편이지만 아주 벗어난 값은 아니다. 이걸 확인하고 나니 화보다 계획이 먼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질임금은 거의 제자리다

한 가지 더 확인했다. 2026년 1분기 상용근로자 월평균 명목임금은 455만 5천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4% 올랐다. 그런데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384만 7천 원으로 1.3% 올랐다.

3월 수치는 더 낮다. 임금총액 423만 원으로 2.3% 올랐고 실질임금은 356만 원으로 0.1% 올랐다. 사실상 제자리다.

2026년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올랐다.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 전망치를 2.7%로 올렸다. 내년 협상에서 3% 인상을 받는다면 그건 인상이 아니라 유지다. 이 문장을 쓰면서 처음으로 숫자의 의미가 몸에 들어왔다.

이번 고과 면담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

9월 셋째 주, 40분이었다. 팀장은 상반기 실적 항목을 읽었고 올해 평가는 B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담당 프로젝트 하나가 일정에서 3주 밀렸고 후배 온보딩 기여가 정성 평가에서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나는 "알겠습니다"라고 했다. 그게 전부다.

나오면서 제일 걸린 건 평가 등급이 아니었다. 40분 동안 내가 준비해 온 자료가 한 장도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3주 지연은 사실이지만 그 프로젝트의 요구사항이 두 번 바뀐 것도 사실이고, 그 기록은 내 메일함에 남아 있다. 나는 그걸 꺼내지 않았다.

돌아보면 이런 면담을 8년 동안 열몇번 했다. 매번 같은 방식이었다. 듣고 나오고 며칠 기분이 나쁘고 잊는다. 이번에 달랐던 건 잊기 전에 엑셀을 열었다는 것뿐이다.

시장 연봉을 확인하는 경로 세 개

준비를 하려니 내 직무의 시장 가격부터 알아야 했다. 세 곳을 비교해봤다.

경로얻을 수 있는 것한계
잡플래닛직무·연차별 연봉 범위, 재직자 리뷰표본이 적은 직무는 편차가 큼
크레딧잡회사 단위 평균 연봉, 입·퇴사자 추이직무 구분이 안 됨
채용 공고실제 제시되는 연봉 밴드상단 금액만 적는 경우가 많음

셋 중 가장 쓸모 있었던 건 채용 공고였다. 같은 직무 경력 8년 공고를 스무 개 모아서 하단 금액만 적었다. 중위값이 나왔다. 회사 평균은 내 협상에 쓸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다. 협상 상대가 "우리 회사 평균은 그렇지 않다"고 하면 대화가 끝나기 때문이다.

하단 금액만 적은 이유가 있다. 공고에 적힌 상단 금액은 거의 도달하지 않는다. 8년 전 내 입사 공고도 상단이 3,600만 원이었고 나는 3,200만 원을 받았다. 반대로 하단은 회사가 실제로 지불할 의사가 있는 최소값이라 신뢰도가 높다. 스무 개 공고의 하단 중위값은 내 현재 연봉보다 조금 높게 나왔다. 그 차이가 이번 협상에서 요구할 폭의 출발점이다.

이 작업에 세 시간쯤 들었다. 생각 보다 오래 걸린 건 직무명이 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하는 자리가 네 가지 이름으로 올라와 있었다.

협상 시점은 12월에서 2월 사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협상 적기는 정기 인사평가 시즌인 12월에서 2월, 큰 성과 직후, 승진 시점, 이직 오퍼를 받은 직후로 정리된다. 반대로 회사 실적이 나쁠 때와 본인 실수 직후는 피하라고 한다.

내 회사는 2월에 연봉 통지서가 나온다. 그러니까 준비 기간이 넉 달 남았다. 9월 면담에서 통보를 듣고 2월에 결과를 받는 구조라면 사실 그 사이가 유일한 협상 창구다.

흔한 실수 목록도 옮겨 적어뒀다. 감정 표현, 내 최저선을 먼저 공개하는 것, 동료 연봉과 비교하는 것, 최후통첩. 이 네 개다. 그리고 합의가 되면 반드시 메일로 서면 확인을 받으라고 한다. 개인 사정은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Feeling & Insight — 허탈함의 정체는 금액이 아니었다

면담 다음 날까지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B 등급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표를 만들고 나서야 정확히 무엇이 불편했는지 알게 됬다.

8년 동안 나는 연봉을 통보로만 받아왔다. 협상한 기억이 없다. 인크루트 조사에서 협상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40.7%였다. 나는 나머지 59.3%였다. 그리고 같은 조사에서 결과에 불만족한 사람이 58.9%다. 협상하지 않은 사람이 불만족하는 건 순서가 맞다.

더 눈에 걸린 항목이 있었다. 불만족한 사람 중 52.9%가 퇴사 충동을 느꼈고 그중 92.5%가 보상 때문에 이직을 고려했다고 했다. 8년 동안 나도 그 충동을 두 번 느꼈다. 두 번 다 이직 준비 대신 며칠 술을 마셨다.

한준기 교수는 연봉 협상을 리스크 관리로 봐야 한다고 썼다. 기업 입장에서 사람을 싸게 잡으면 재채용 비용과 생산성 저하가 뒤따른다는 이야기다. 이 글을 읽고 관점이 하나 바뀌었다. 협상은 내가 더 달라고 조르는 자리가 아니라 회사가 나를 잃는 비용을 같이 계산하는 자리다.

그렇게 보면 내가 준비해야 할 것도 달라진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가 아니라 내가 빠지면 무엇이 멈추는지를 적어야 한다. 이 차이를 8년째에 알았다.

또 하나. 표를 만들면서 화가 조금 가라앉았다. 숫자로 적어놓으면 감정이 줄어든다. 4.4%가 낮다는 건 사실이지만 8년 누적 실질 24%는 내가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나은 결과였다. 두 사실이 같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표 없이는 인정하기 어려웠다.

승진이 인상의 대부분을 만든다는 발견도 그 만큼 실용적이었다. 평시 협상으로 물가를 1.7%p 넘기는 게 전부라면 내가 힘을 쏟아야 할 곳은 매년 2월이 아니라 다음 승진 심사다. 둘 중 무엇이 더 큰 레버인지 8년치 숫자가 알려줬다.

Action Plan — 2월까지 넉 달 동안 할 일

넉 달을 쪼개 네 가지만 하기로 정했다.

  • 10월 — 8년치 표에 프로젝트별 기여를 숫자로 붙인다. 처리 건수, 절감 시간, 매출 연결분만 적는다. 형용사는 쓰지 않는다
  • 11월 — 같은 직무 경력 8년 채용 공고 스무 개를 다시 모아 하단 금액 중위값을 갱신한다
  • 12월 — 최저선·희망·이상 세 금액을 정한다. 최저선은 절대 먼저 말하지 않는다
  • 1월 — 팀장과 30분 면담을 따로 요청한다. 2월 통지서를 받고 나서 말하는 건 협상이 아니다

3주 지연 건은 요구사항 변경 기록과 함께 한 장으로 정리해둔다. 변명으로 쓰려는 게 아니라 다음 프로젝트에서 같은 일을 막을 제안으로 붙일 생각이다.

10월 첫 주 일요일 두 시간을 확보해서 8년치 표 옆에 성과 숫자 칸을 채운다.

자주 묻는 질문

연봉 협상 전에 가장 먼저 준비할 것은 무엇인가요?

본인의 과거 인상률을 물가와 나란히 놓은 표입니다. 근로계약서와 연봉 통지서, 홈택스 원천징수영수증만 있으면 한 시간에 만들 수 있습니다. 시장 평균을 찾는 것보다 이게 먼저인데요. 내 명목 인상률에서 물가를 빼고 나면 요구할 금액의 근거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저는 8년치를 정리하고 나서야 승진 없는 해의 실질 인상률이 1.7%p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2026년 직장인 평균 연봉 인상률은 얼마인가요?

인상된 사람만 놓고 보면 평균 7.5%입니다. 인크루트가 직장인 1,305명을 조사한 결과이고 전년 5.4%보다 2.1%p 높습니다. 다만 연봉이 오른 사람은 61.4%에 그쳤고 동결이 36.2%로 3년 내 최고였습니다. 평균 7.5%는 동결된 사람을 뺀 숫자이므로 본인 기대치로 삼기 전에 이 구조를 먼저 보시는 게 맞습니다.

3% 인상을 받으면 오른 건가요?

2026년 기준으로는 오른 게 아니라 유지입니다. 8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1% 올랐고 한국은행 물가 전망치는 2.7%입니다. 실제로 2026년 1분기 명목임금은 3.4% 올랐지만 실질임금 상승은 1.3%였고 3월은 0.1%였습니다. 물가 상승률을 넘기지 못하는 인상은 구매력 기준으로 제자리입니다.

고과 면담에서 평가 등급을 통보받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그 자리에서 등급을 뒤집으려 하기보다 사실관계 기록을 남기는 편이 낫습니다. 지연이나 미달 지적이 사실이면 인정하고, 배경이 되는 기록(요구사항 변경, 인력 변동 등)은 별도 문서로 정리해 다음 면담에 가져가면 됩니다. 저는 이번에 아무 자료 없이 들어가서 40분 동안 듣기만 했고 그게 가장 후회되는 부분입니다.

시장 연봉은 어디서 확인하는 게 정확한가요?

채용 공고의 연봉 하단 금액이 가장 실용적입니다. 같은 직무·연차 공고 스무 개를 모아 하단 금액의 중위값을 내면 협상에서 쓸 수 있는 숫자가 됩니다. 잡플래닛은 직무·연차별 범위를 보기 좋지만 표본이 적은 직무는 편차가 크고, 크레딧잡의 회사 평균 연봉은 직무 구분이 없어 협상 근거로는 약합니다.

연봉 협상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무엇인가요?

네 가지입니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 본인 최저선을 먼저 공개하는 것, 동료 연봉과 비교하는 것, 최후통첩을 던지는 것입니다. 생활비나 대출 같은 개인 사정은 근거가 되지 않으니 성과와 시장 데이터로만 말하는 게 좋습니다. 합의가 되면 구두로 끝내지 말고 메일로 서면 확인을 남기세요.

결론 — 연봉 협상,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정리하면 이렇다. 8년 명목 인상 49.4%, 실질 24.2%, 연평균 실질 3.2%. 승진 두 번을 빼면 평시 인상률은 4.4%이고 같은 기간 물가 2.7%를 넘긴 폭은 1.7%p였다. 2026년 시장 평균은 7.5%지만 그건 오른 사람만 모은 숫자이고 동결이 36.2%다.

이 표를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한 시간이었다. 8년 동안 한 시간을 안 쓴 대가로 나는 매년 통보를 받았다. 연봉 협상의 준비물은 용기나 화법이 아니라 숫자가 적힌 한 장이라는 게 이번에 얻은 결론이다.

협상을 앞둔 사람에게 권하는 순서는 이렇다. 먼저 과거 인상률과 물가를 나란히 적는다. 다음으로 같은 직무 채용 공고 하단 금액의 중위값을 낸다. 마지막으로 내가 빠지면 멈추는 일을 세 줄로 적는다. 이 세 장이 있으면 면담은 통보가 아니라 대화가 된다. 나는 내년 2월에 그 결과를 확인할 생각이다.

물가와 임금 통계는 국가지표체계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남의 평균보다 내 표가 먼저다. 표는 한 시간이면 만들어지고 그 한 시간이 넉 달 뒤의 숫자를 바꾼다.